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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만 즐거운 자전거.

자전거 ・ 운동

by 페이퍼북 2020. 11. 7. 23:4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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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작역 쪽에 이수교차로에는 한강 자전거길로 이어지는 반포천이 있습니다. 한여름에는 사람으로 넘쳐납니다. 저도 한강으로 진입할 때 이쪽 길을 자주 지나다니는데, 진입로를 짧게 줄이는 공사를 한 후로 1, 2분이면 내려가는 길에 LED 위험표지판이 3개나 세워졌습니다. 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간다는 말이겠죠. 그 전에는 입구가 시작되는 곳 바닥에 작게 페인트 되어있었습니다.

LED 위험 표지판이 세워진 후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 조금 생겼지만 그래도 거의 대부분은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. 사람이 적어서 여유가 있을 때는 타고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. 하지만 사람끼리도 부딪힐 정도로 많은 여름철에도 그러는 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. 로드 타시는 분들은 특히 더 내리기가 싫으실 거예요. 걷기도 불편하고, 클릿도 닳죠. 하지만 그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.

이렇게 해도 오죽 안 끌고 자전거도로까지 나가면 이젠 길바닥 여러 곳에 자전거 주행금지라고 페인트칠까지 했습니다. 그래도 대부분 타고 다니더군요. 중국사람 의식 수준을 욕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, 제가 보기엔 적어도 자전거 쪽은 그들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.

올해 여름이었습니다. 뚝섬 부근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, 뒤에 자전거가 있다는 걸 알리고 추월하려고 벨을 가볍게 울렸습니다. 그랬더니 한 여성분이 주눅 든 표정과  겁먹은 말투로 "죄송합니다."라고 말하면서 오른쪽으로 바짝 붙더군요. 생각으로는 로드를 타던 팩이나 개인이 지나가면서 짜증을 냈거나 큰 소리로 추월을 외치면서 달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로드가 아닐 수도 있지만 경험으로는 로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. 그 표정을 보니 로드를 타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죄송했어요.

한강 자전거 도로를 자전거를 오래 타는 사람들이 보면 헬강이라 부를만한 이유를 잘 압니다.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쉬러 나오거나 혼자 가벼운 산책 겸 운동 정도의 목적이라 전문적으로 타는 사람들의 시선과는 많이 다르죠. 그런 사람들을 수신호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 취급을 하는 것 자체가 무식한 행동입니다.

면허제를 도입해야 한다, 일정 교육이 있어야 자전거 도로에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등 많은 말을 하지만, 정작 자신이 도로에 나가면 약자로서 하소연하기 바쁩니다. 자전거 도로에서는 여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는 자동차와 같은 불안감을 심어주면서, 공도에서는 병렬 주행, 좌회전 등을 일삼고 자동차의 위협 운전과 배려를 말하며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. 공도에서 불합리한 경험을 했으면 자전거 도로에서 내가 더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타야죠. 그리고 공도에서는 운전자들이 보기에 자전거 도로의 일반인들처럼 행동하지 않고 법의 테두리에서 타야 하고요.

내가 불편한 건 남이야 어떻든 지키지 않고,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건 온갖 이유를 들어가며 욕하는 것이 안하무인입니다. 우리가 보기엔 빨리 달릴 수 없어서 헬강이지만,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로드를 타는 사람들이 무법자입니다. 알면서도 눈뽕 각도로 전조등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. 배려받고 싶다면 배려받지 못해도 배려해야 합니다. 배려받지 못해도 누군가는 나의 그 배려를 받게 될 것이고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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